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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젤 달력 Gezer Calendar

게젤 달력 Gezer Calendar

절벽의 벼랑, 현무암에 잘 다듬어진 비석, 토기, 토판 등 어디에 기록이 되었든 고대 기록물의 기록자를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내가 썼습니다.”라고 드러내 놓고 기록한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글자를 판독할 수는 있지만, 그 글자를 기록한 사람을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매우 독특하게 게젤(Gezer. 우리말 성경에는 ‘게셀’이라고 번역하였다.)이라는 곳에서 1908년에 발견된 넓적한 석회석 판 위에 새겨진 글은 저자의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어서 누구인지 말할 수 있습니다. “아비야” (여호와께서 나의 아버지이시다) 라는 이름을 가진 이스라엘 사람이 그 주인공입니다.

1행 두달은 거두어 들이는 달. 두달은

2행 씨 뿌리는 달. 그 두달은 뒤늦게 익은 것들(을 추수하는) 달

3행 한 달은 아마를 뽑는 달

4행 한 달은 보리를 추수하는 달

5행 한 달은 추수하고 (곡식 농사를) 끝내는 달

6행 두 달은 포도를 따는 달

7행 한 달은 여름 과일(을 거두는) 달

세로 아비야

아비야가 누구인지, 그 직업은 무엇인지 똑 떨어지게 말하기는 힘듭니다. 아마 세금 징수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 석판에 기록된 내용은 일년 중 해당하는 달에 어떤 농업 활동을 하는가인데, 농업을 하던 사람들로부터 세금징수를 위해서 아비야가 일종의 ‘구분 열람표’처럼 기록한 것은 아니었을지요. 그렇다면, 이 석판은 이스라엘 사람, 아비야가 기록한 공식 문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탈몬, Talmon). 아비야가 제사장 중의 하나가 아니었는가 추측하기도 합니다. 이 석판이 곡식 창고 주변에서 발견되었는데요. 땅의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제사장 축복 기도문’이 아니었겠는가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비르긴, Wirgin). 그러나, 가장 많은 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아비야의 직업은 서기관 학교의 학생입니다. 글씨체가 매우 투박하고, 그 문단 구성 역시 세련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마 서기관 학교에서 ‘글씨 쓰기 연습을 하던 석판’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또는 아이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가르쳐주는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하지는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올브라이트 Albright).

아비야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3,000년 전, 기원전 10세기 후반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 시대는 솔로몬이 통치를 하던 시기입니다. 기원전 10세기 초반인 다윗의 시대에 게젤은 가나안 사람들의 성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의 파라오가 올라와서 이 게젤을 점령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딸을 솔로몬과 결혼시키면서 솔로몬에게 선물로 이 도시를 주었습니다 (왕상 9:16). 그 후로 이 도시는 이스라엘의 도시가 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도시에 이주해 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원래부터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공동체로 들어오기도 하였고요. 아마 아비야도 그렇게 게젤로 이주한 이스라엘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게젤의 고고학 층위는 이런 추론을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달력을 읽으면서, 마치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행하는 농업 기술 전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달력에서 오늘날 처럼 12개월의 달력을 사용했다는 것이 참 흥미롭고, 성경에서 말하는 달에 따른 농사 이야기들과 딱 들어 맞기에 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3,000년 전이나 그 이후로 심지어 지금에 이르기 까지 농업 환경 만큼은 변화가 없었나 봅니다.

한가지 더 확실해 진 것은 솔로몬의 시대, 게젤의 사람들은 가을부터 시작되는 달력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성경에 나오는 달력은 봄인 니산월부터 시작되는 달력체계와 가을인 티슈리월부터 시작되는 달력체계가 있습니다. 레위기 23:23-25에서는 일곱째 달의 첫날을 나팔을 부는 절기로 규정하고, 이 날을 유대교에서는 신년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티슈리월이 바로 게젤 달력이 시작하는 ‘거두어 들이는 달’입니다. 그러니, 솔로몬 시대에 이미 레위기에 기초한 달력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증거된 것이지요.

그러나, 성경을 공부하는 저에게 이 석판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는 발견입니다.

첫번째는 다윗-솔로몬으로 이어지는 통일 왕국 시대에 대한 성경의 기록이 역사적인 진실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축소해서 이해하는 성서학자와 고고학자 가운데에는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가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과연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왕들이었나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 솔로몬의 시대에 게젤이라는 도시의 주인이 가나안 사람들에서 이스라엘 사람들로 바뀌었는데, 이 성경의 기록이 믿을만 한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 주류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통치 시대에 게젤에서 기원전 10세기 당시 이스라엘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었던 “아비야”라는 이름이 새겨진 석판이 발견되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솔로몬의 시대에 그곳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더불어 성경에서 말하는 솔로몬의 치세도 확증되는 놀라운 작은 석판이 게젤 달력입니다.

두번째로 당대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이 얼마나 일반적이었는가?라는 질문에 고전적인 문서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고대 서아시아 지방과 메소포타미아와는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다할 문자 문명을 가지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처럼 문자화된 기록을 갖게 된 것은 매우 후대라고 주장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미 기원전 10세기(통일왕국시대)에 이스라엘 땅에서 문자가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올브라이트의 말 대로라면, 이미 학교가 만들어 져서 글을 쓰고 읽는 법을 가르쳤다는 말이 되니, 이것 또한 학문의 이론을 통째로 흔들어 버리는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발견된 시기가 팔레스타인 땅이 오스만 제국의 시대였기에 진품은 현재 이스탄불의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 되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 눈으로 읽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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