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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일-의식의변화

속죄일-의식의변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에는 공황장애가 있다. 교회를 건축하다가 생긴 병이다. 이 병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목회를 할때, 교인들에게 내 병을 숨겨가면서 목회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예배 시간에 설교를 하면서도 숨을 못쉬겠고, 후텁지근한 환경에서는 빨리 도망쳐 나오지 않으면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내가 있던 교회 교인들은 빵빵 트는 에어컨에 좀 춥게 예배를 드렸을거다. 그 중에서는 우리 목사님은 전기세 아까운 줄 모르고 늘 에어컨을 틀고 있다고 흉보는 교인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난, 긴 터널도 지나지 못한다. 자주 다니면 익숙해 져서 그나마 괜찮지만, 긴 터널을 지나는 것은 너무나 힘이든다.  긴 다리도 건너지 못한다. 한강 다리위에 차가 정체되어 서있는 것도 싫고, 지금도 영종도 다리를 건널 때면,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힘이 든다. 어떤 교회에서는 특강을 하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간 적도 있고, 어떤 교회에서는 예배 중에 설교를 앞두고 담임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간적도 있다. 비행기 타는 것은 지옥과 같다. 비행기 문이 닫히면서 활주로에 비행기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시간을 그야말로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구나”할 정도로 숨을 쉬기가 힘들다. 그리고 계속 눈물이 난다. 3년전에는 나 때문에 에스토니아로 가야하는 비행기가 다시 회항하기도 했다. 숨이 가쁘면 두렵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뒤섞여 있으면 산소가 없는 것같아서 너무 힘들다. 아무런 이유없이 곰팡이 냄새 같은 것이 나는 것같기도 하고, 늘 몸이 긴장을 하니, 화장실도 자주 간다. 심장도 제대로 뛰고 있고,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어떤 신체 기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뇌에서 잘못 반응하고 있는 것뿐이다. 잘못 울리는 화재경보기처럼 말이다.

목사로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 다는 것이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그래도 이 문제가 너무나 내 인생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오기 전에 유명하다는 선생님을 만나러 대구를 다녀오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직업을 묻는데, 눈물이 먼저 나니 이걸 어쩌랴.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공황장애는 그 뿌리가 “분노”라고 한다. 사람들이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그것을 마음으로 쌓아가다보면 공항장애가 생긴단다. 게다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 그 분노에 부채질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이것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목회자로서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려고 하지 말고, 그 울타리 안에서 하고 싶은대로 마음 껏 하라”는 것이었다. “분노”와 “기쁨”은 서로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고리이기 때문에 분노를 이겨내는 방법은 “기쁨”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목회라는 것을 시작한 이래로 참아야만 했고, 이해해야만했고, 묻어두어야만 했던 많은 일들이 생각이 났다. 나는 태생이 낙천적이고, 직선적인데, 목회를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목회지에서 만나 사람과 일들 때문에 넋놓고 마음껏 웃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마음 속으로는 분노하지만, 얼굴을 침착해야했고, 웃어야만 했던 제가 생각이 난 것이다. 사실 그 의사 선생님의 말이 정답이었다.

일생을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겠다고 맹세하고 안수받은 목회자로서 목회자가 아닌 사람들처럼 살아가며 분노와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 아직도 목회자로서 자격없는 이중적인 신앙의 생활이 문제라는 것을 그 선생님을 통해서 다시 알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 오히려 나와 내 아내는 더욱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다.

속죄일(욤키푸르)를 이틀 앞둔 며칠전에는 아내와 부퉁켜 안고 대성통곡하였다. 죽을 것같았다.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있는데, 나는 안방 구석에서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죽을 것같았다. 가슴이 뛴다. 답답하다. 호흡이 가빠진다. 눈물이 난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온다. 아내에게 증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더욱 크게 소리내어 기도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아이들을 급하게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히고 나서는 아내가 내 등에 손을 얹고 말한다. “여보, 회개기도를 해요.” 내게는 그것이 곧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내 삶의 문제, 지금 사냐 죽느냐의 문제로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내게 우뢰와 같이 들린 하나님의 음성은 “회개하라”는 것이었다. 내 기도는 이내 회개 기도로 바뀌었다. “아내를 미워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을! “살려달라”는 기도에서 “잘못했습니다”로 기도가 바뀌어지는 순간 정말 놀랍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당장에 닥친 인생의 문제에서 내 삶의 수명을 좀 더 늘이기 위한 “살림”의 기도에서 과거와 현재의 내 옳지 않은 모습으로부터 자유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죽임”의 기도로 바뀌어 지는 순간 내 마음에는 평화가 왔다.

나에는 공황장애가 있다. 교회 건축을 하면서 생긴 병이다. 아니, 사실 이것이 교회 건축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내 신앙과 삶의 괴리에서 시작한 병이다. 아내와 부둥켜 안고 기도했던 며칠전 부터 잠을 자기 전에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혹시 알지도 못한 사이에 지었던 죄들이 있다면 그것도 용서해 주세요. 그래서 이 밤에 조용히 하나님께서 제 숨을 거두실 때에 하나님의 나라에서 우리 예수님 만날 수 있는 정결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내일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아름다운 세상에서 하나님을 떠나는 두려움 외에 어떤 다른 두려움도 제게 없게 해주세요. 그리고 죄짓지 않게 해주세요.”

 

 

유대인의 새해(나팔절)가 시작되고 맞이하는 첫 명절이 금식하며 회개의 기도를하는 속죄일인 이유는 삶의 의식이 변화되라는 하나님의 섭리이다. 사람살이 속에서 그저 “살게 해달라”는 생각에서 “회개합니다”로, “이런 이런 인생의 계획이 있으니 새해에는 꼭 이루어 주시고, 그 선물을 받기 위해서 내 죄를 용서해 달라”는 생각에서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정결한 사람이 되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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