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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 (세겜)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 (세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서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손에는 장난감 총이 쥐어져 있었고, 한 아이가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서서는 뭐라고 외쳐대니 다들 따라하는 모습이 흡사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을 앞두고 시위를 하는 것이 연상이 됩니다. 돌무더기 위에서 뛰어 내리기도 하고 언덕을 기어 올라가기도 하던 아이들이 다들 자기 집으로 돌아간 듯하여, 아이들이 놀이터 삼아 뒹굴던 자리로 가서 서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왼쪽으로는 그리심산이,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에발산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던 그곳은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 땅에 들어온 아브라함이 제일 먼저 제단을 쌓았던 세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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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팔레스타인 땅이 되어서 모스크에게 포위당하고 있지만, 약 4,000년 전에는 아브라함이 이곳에 장막을 쳤고, 3,200년 전에는 여호수아가 온 이스라엘을 이곳에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그랬듯이 여호수아가 율법을 낭독할 때에 그리심산과 에발산에 서서는 “아멘, 아멘”을 외쳤습니다 (신 27장).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손에는 장난감 총이, 여호수아의 손에는 하나님의 율법이 들려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장면이 서로 겹쳐 제 머리 속으로 들어오니, 왠지 모를 가슴 속 아린 감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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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세겜에서 되짚었습니다. 다른 신들을 섬기던 아브라함의 가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셨고, 노예의 삶을 살아야했던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셨던 기억들을 다시 기억하게 한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보여주신 사랑은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의 위협에서 그 백성들을 살려내셨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쏟아지던 저주들을 축복으로 바꾸셨던 역사를 하나 하나 열거하면서, 아마도 여호수아의 마음은 감격스러움으로 그 심장이 마구 요동쳤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일갈 합니다. “우리의 조상과 우리를 지금까지 이렇게 이끄셨던 여호와 하나님이 너희에게 좋지 않게 보이거든, 갈대아 우르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방의 신들을 섬겨라.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자, 이제 내 마음을 너희에게 보여주었으니, 너희도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수 24:15)” 일백십세의 노구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결단을 요구할 때의 여호수아의 모습은 이제 갓 모세로부터 지도자의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처럼 당당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백성들은 일제히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며 대답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 맹세를 잊지 말라며 큰 돌을 가져다가 증거를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돌이 증거가 되리라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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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돌이 아직도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던 돌무더기,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 내리며 누가 더 멋지게 뛰어 내리나를 겨루듯 서로를 보면서 뭐라고 이야기하던 그 돌이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증거로 세워놓은 돌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증거들이 하나씩 다 있습니다. 제게도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그리스도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하나님만 섬기겠노라고, 예수님만 따르겠노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 말할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 안주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러했듯이, 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삶에 안주하면서 결국은 하나님을 잊고 살아간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이 아닌, 다른 보기 좋은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입으로는 그렇지 않은 양 그럴 듯하고 번지르르한 말들을 쏟아놓은 채 말입니다.

큰 숨 한번 들이마시고 그 돌을 한 손으로 짚고서는 그리심산과 에발산을 쳐다보았습니다. 여호수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백성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 그 외침들이 귓가에서 우렁차게 울리는데, 저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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