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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신] 장막절

[이스라엘서신] 장막절

인터넷으로 한국의 소식을 듣자하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추석도 지났으니 말이지요. 이리저리 단풍소식이 한창이더군요. 가을걷이 하는 풍요로워 보이는 가을 들녘의 농부 아저씨들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문의 또 다른 한편에는 매년마다 한결같은 농부 아저씨들의 푸념어린 말들이 빼곡히 메워져 있더군요. 세계 어느 나라나 농업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하기야, 지금이야 산업화 사회가 되어 농업의 비중이 적어지기는 하였지만,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주산업이 농업 아니었습니까? 게다가 일 년을 ‘농사력’에 맞추어서 절기를 정한 것도, 우리의 삶에 얼마나 농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도 자기들만의 달력이 있답니다. 유대인들의 달력은 좀 복잡하여서, 적게는 세 개의 달력이 서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인데요(물론 그 이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이건 학술지가 아니니 생략하겠습니다), 유대인들의 달력도 ‘농사력’을 따르고 있답니다.

%ec%9c%a0%eb%8c%80%eb%a0%a5흔히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말 성서 개역개정판 의 신명기 11:14 인데요. “여호와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 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새번역성서(표준새번역 개정판)에서는 “주님께서 당신들 땅에 가을비와 봄비를 철 따라 내려 주셔서, 당신들이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거두게 하실 것이며” 라고 잘 설명이 되어 있네요. 왜 이 말씀을 드리느냐면, 가끔씩 이른 비가 가을에 내리는 비, 그리고 늦은 비가 봄에 내리는 비라고 하면,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한국의 사계절을 생각한다면, 이른 비라는 것은 봄에 내리는 비, 늦은 비라고 한다면, 가을에 내리는 비가 옳을 테니 말입니다.

이렇게 긴가민가하는 분들은 단지 일반 성도들뿐만이 아니라, 목사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에 성지순례 오셨던 분들께 제가 “이른 비는 가을에 내리는 비이며, 장막절을 즈음하여 내리는 첫 비를 말하는 것이고, 늦은 비는 봄에 내리는 비이며, 유월절을 즈음하여 내리는 마지막 비를 말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대뜸 목사님이 반대가 아니냐며 물으시는 것입니다. 성지순례 오기 전에 이미 제가 설명한 것과 반대로 설교를 하셨다고 공개적으로 질문하시더라고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교회의 성도와 함께 오셨는데, 만약 거기에서 제가 “아닙니다.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면, 많은 성도 앞에서 목사님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맞습니다. 맞고요~ 이스라엘에는 두개의 달력이 있는데, 목사님께서는 농사력이 아닌 다른 달력을 기준으로 말씀하신 것이고, 저는 농사력을 기준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시겠지요? 정말 진땀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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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달력으로 말씀드리자면, 올해 (2005년)는 10월 7일부터 14일까지가 이른 비가 내리는 장막절 (초막절 또는 수장절)입니다. 장막절은 봄, 여름 동안 농사지었던 한해의 수확물 (주로 과실류입니다.)을 추수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절기이지요. 또 이 시간에는 가을, 겨울 기간 동안의 새로운 농사를 준비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농사력으로 따지면 그렇지만, 신앙적인 면에서는  출애굽한 선조들의 광야의 생활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감사해 하는 절기입니다(출 23:16; 레 23:42-43). 장막절은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도 해요. 이른 비가 내리는 절기거든요. 정말 거짓말 같이 이 기간에는 꼭 빗방울이 한 방울이라도 뿌리고 지나가지요. 누가 아니랄까, 벌써 기온이 뚝 떨어지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합니다. 항상 장막절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그 시기와 의미가 참 비슷합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는 항상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신다.”는 믿음과 감사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입니다.

장막절의 예루살렘은 장관을 이룹니다. 장막절이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말로 장막을 만듭니다. 죽어버린 전통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그대로 지켜지는 살아있는 전통인 셈이지요. 아내와 함께 이스라엘 사람들이 얼마나 성서의 전통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가를 보기 위해거리 장막 탐방에 나섰습니다. 아내는 이스라엘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막절 예루살렘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이곳을 마치 다른 세상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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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정마다 장막을 세웁니다. 원래 장막절 기간 동안에는 장막에서 먹고 자는 것이 원칙이지만, 너무 많은 비가 내리거나, 아프거나, 너무 춥거나 하는 경우에서는 장막이 아닌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원칙이고요. 요즈음은 세월이 흘러서 장막에서 잠을 자는 경우는 매우 보수적인 종교인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음식은 반드시 장막에서 먹어야합니다. 간식 같은 것은 빼놓고, 일상적으로 먹는 세끼의 식사를 장막에서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빵 종류는 정규식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장막에서 먹어야해요.

장막을 만들 때에도 규칙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장막의 벽은 나무나, 금속이나, 벽돌이나, 어떤 것으로 만들어도 상관이 없습니다만, 천정만큼은 종려나무, 버드나무, 석류나무, 그리고 에트로그라고 불리는 마치 노란 레몬 같은 열매가 달리는 나뭇가지(에트로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종파별로 말이 많습니다만….)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이렇게 만든 천정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하늘이, 그리고 밤에는 별과 달이 보여야 해요. 그러면서 광야의 생활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는 거지요. 선조들이 이런 광야의 장막에서 40년 동안 살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장막과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면서 맞이하는 저녁식사.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께 집안으로 들어가서 밥을 먹자고 조르지만, 가정의 최고 가장이 되는 할아버지는 왜 빗방울을 맞아가면서까지 초라한 장막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조들의 이야기, 성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것이 바로 유대인의 교육이지요.

장막절에 만드는 장막의 규정 때문이어서 그런지, 이스라엘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에, 층계 식으로 지어 올려서 베란다 위에 베란다를 짓는 일을 즐기지 않습니다. 혹, 아파트처럼 생긴 모양의 건물을 짓더라도 베란다 위에 다시 베란다를 올리는 일을 가급적 피하려고 하는 듯해요. 그래서 베란다도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지요. 왜냐하면 장막의 천정 위로 하늘이 보여야하는데, 베란다 위에 베란다를 지으면 장막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하늘이 보이지 않잖아요. 윗집 베란다의 시멘트만 보이겠지요. 이러니 예루살렘에서 보는 베란다의 독특한 생김 생김은 종교적인 이유가 숨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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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가 없는 집들이나, 베란다 위에 베란다가 있어서 장막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건물들의 입구에는 공동 장막을 만들어 놓아 집안에서 음식을 하여 공동 장막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반상회에서 배려를 합니다. 음식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막절을 지키는 사람들이 음식을 사먹을 때에도, 어찌되었든 장막절의 전통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모든 음식점, 심지어는 커피 집까지도 입구에 장막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번화가에 가면, 인도의 대부분을 장막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생기지요.

정말 놀라운 장면이 아닌가합니다. 저도 이스라엘에 처음 왔을 때에 이런 장막들을 보고서 여간 감동했던 것이 아닙니다. 외식하는 바리새인이니, 유대교인들의 지나친 형식주의가 어떠하다느니 하는 말들도 많지만, 외식하는 모양새나 지나친 형식주의가 어디 유대교인들뿐이겠습니까? 우리 교회들을 둘러보아도 넘쳐나는 것이 교회 안의 외식과 형식주의들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사회인들 그러한 문제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성서의 전통을 그대로 지켜 나아가려는 유대인들의 이러한 모습은
“형식주의”가 아니라, “신앙과 전통에 대한 사랑”이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장막절과 같은 전통적인 면에서, 저도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과 함께 성서의 절기에 맞추어서 장막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장막을 만들면서 즐거워할 것이고, 왜 이런 장막을 지금 만들어야 하고, 이 쌀쌀한 날씨에 집안이 아닌 이 추운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성경책을 꺼내어 놓고 출애굽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렵니다. 그때에는 형도 식사하러 우리 집에 오실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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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ost Has 6 Comments
  1. 나중에 한국가서 장막을 만들거든 나도 불러주게…..^^ 친구의 구약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식사 나누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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