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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 알파벳

히브리어 알파벳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하다보면, 정말 운좋게도 글자가 쓰여있는 석비, 토기, 토판, 양피지나 파피루스들을 찾아낼 때가 있습니다. 집터, 형상, 길, 무기등의 유물도 유물이려니와 고고학자들을 가장 흥분시키는 유물은 뭐니 뭐니해도 글자가 쓰여있는 유물입니다. 글자가 주는 정보는 어마어마 하거든요.

히브리어가 속한 말의 무리들을 “셈어족”이라고 말합니다. 성경으로 말하자면, 셈의 후손들이 사용하는 말이라는 뜻이지만, 조금 유식한 척 이야기를 하면 지중해 동쪽 지역과 현재의 중동지역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말들 가운데에서 유사한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는 말들을 묶어서 학자들이 분류해 놓은 이름이 “셈어족”입니다. 학자들이 히브리어를 연구하면서 히브리어의 모체가 되는 말을 연구해 보니, 아람어와 유사성을 가지고, 거슬러 올라가면, 가나안어, 페니키아 말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히브리 글자(알파벳)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 지게 되었다는 것 까지 알게 되었어요. 물론 완벽하게 다 알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대에 토기, 석비, 파피루스 등에 기록된 글자들을 열정적으로 연구한 끝에 히브리어와 히브리어의 친척이 되는 말들 (예를 들자면, 가나안어, 모압어, 페니키아어, 암몬어, 아람어 등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순수한 학문적인 연구가 그냥 연구실에서만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히브리어의 기록과 가나안과 가나안 주변에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여러가지 모양으로 관계를 맺고 살던 사람들의 기록이 발굴되고, 연구가 거듭되면서 성경과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매우 믿을 만하다는 것을 글자 연구를 통해 알게 되면서, 글자의 연구가 기독교 신앙을 단단하게 다지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는 총 22개의 글자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글과는 달리 한 글자 한 글자는 사물의 어떤 모양을 본 따서 만들었어요.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히브리어의 어머니가 되는 글자들로 거슬러 올라가면, 얼핏 보아도 소의 머리, 물고기, 사람의 머리, 사람의 눈, 등이 눈에 띌 겁니다. 그러나 한자(漢字)처럼 글자 하나가 한개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들어서 한문에서 ‘소’를 가리키는 말 ‘牛’자는 소의 머리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글자이고, 이 글자 자체가 ‘소’라는 의미를 가지지요. 그러나 히브리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히브리어에도 소를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가 있습니다. ‘알렢’ א 이라는 글자인데요. 위의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래는 소의 머리를 그리다가 차츰 기호화 된 것은 현재의 글자입니다. 하지만, 이 알렢이라는 글자 자체가 ‘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소’라는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소’를 뜻하는 히브리어 ‘알렢’ אלף 세 글자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브리어 글자 하나 하나는 그냥 소리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지요. 요즈음 종종 히브리어 단어를 글자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다며 이상하게 글자들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야 말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럼, 히브리어 글자 하나 하나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베트’ ב 라는 단어는 원래 텐트를 쳤을 때의 모양을 형상화 한것입니다. 사각형 모양의 땅이지요. 그리고 히브리어로 ‘바이트’ בית라는 말이 ‘집’이라는 뜻입니다. 성경에서 무려 1,744번이나 ‘바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주 일반적인 단어입니다. ‘김멜’ ג 은 두 가지 다른 설명이 있어요. 한 부류의 학자들은 전쟁 무기용 ‘창(槍)’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학자들은 목이 긴 ‘낙타’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히브리어 글자 ‘김멜’과 발음도 비슷한 히브리어 단어인 ‘가말’ גמל 이 낙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해요 (성경에 51번 나옴). 문법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글자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 글자와 말들을 거꾸로 추적해 가면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문법인지라, 문법과 글자를 연구하는 언어 학자들 일지라도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아요. ‘달렛’ ד 은 위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물고기를 형상화 한 것입니다. 또 다른 부류의 학자들은 ‘문(門)’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히브리어로 ‘문’이라는 말을 ‘델렛’ דלת 이라고 하거든요. 문을 뜻하는 ‘델렛’이라는 말도 성경에 77번이나 나올 정도로 일반적인 단어예요. ‘헤’ ה 는 사람이 누군가를 부르고 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지요. 마치 누군가를 멀리서 ‘헤이’(Hey)하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지요. ‘바브’ ו 는 전쟁 무기로 사용된 ‘곤봉’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는 ‘못’이나 텐트를 세우기 위해서 땅에 줄을 고정해서 박아 놓는 ‘말뚝’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히브리어 글자 ‘바브’와 발음도 똑같고, 그 글자를 두번 연속으로 쓴 형태인 성서 히브리어 단어인 ‘바브’ וו라는 말이 성경에는 출애굽기에만 13번 나와요. 성막을 세우면서 기둥이나 성막 자체를 고정하는 데 필요한 ‘갈고리’라고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헤트’ ח 는 히브리어 ‘헤’ ה 와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지만, 그림으로 그려진 문자를 보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헤트’는 ‘담장’을 뜻한다고 봅니다. ‘테트’ ט 는 ‘바구니’를 뜻한다고 말하는 설과 ‘물레’를 뜻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요드’ י 는 사람의 ‘팔’을 그린 것이고요. ‘카프’ כ 는 ‘손바닥’을 형상화 한 것입니다. ‘라메드’ ל 는 소를 모는 ‘막대기’를 형상화하였습니다. 성경에도 사사 삼갈이 블레셋 사람들을 죽일 때, 소모는 막대기 ‘말마드’(히브리어 מ + 라메드의 합성어)를 가지고 싸웠다고 말하고 있어요 (삿 3:31). ‘멤’ מ 은 ‘물결’의 모양을 형상화 한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어로 물을 ‘마임’ מים 이라고 해요. ‘눈’ נ 은 ‘뱀’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아인’ ע 은 사람의 ‘눈’을 형상화했습니다. 구약 성경에 886번이나 나오는 사람의 눈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인’ עין 입니다. ‘페’ פ 는 사람의 ‘입술’입니다. 히브리어로 ‘입’ 또는 ‘혀’를 뜻하는 말이 ‘페’ פה 이기도 합니다. ‘짜디’ צ 는 ‘식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마치 땅에서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입니다. ‘레쉬’ ר 는 사람의 ‘머리’를 그린 것입니다. 히브리어로도 사람의 머리를 ‘로쉬’ ראש 라고 합니다. “쉰” ש 은 사람의 ‘치아’입니다. 히브리어로 치아를 ‘쉔’ שׁן 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타우’ ת 는 고대에 사람들이 무언가 특정한 것을 가리키는 ‘표식’입니다. 우리도 요즈음 X표, 또는 V표를 하면서 점검 리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고대 사람들은 X표를 하여서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표시해 놓았는데, 그 형상이 ‘타우’ ת 가 된 것입니다.

모든 히브리어 글자 하나 하나의 의미를 모두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몇몇 글자들, 예를 들어서 ‘자인’ ז 이나 ‘사메흐’ ס, 그리고 ‘코프’ ק 같은 글자는 도대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대충 학자들의 상상력으로 그 글자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 이나라, 비교해서 참조할 만한 대조군이 있어야하는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발견된들 그리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학자들의 세계에서는 모르던 것을 하나더 알게 되면, 행복해 하겠지요. 그러나 언어 학자가 아닌 우리는 그 음가을 이미 알고 그 글자를 보면서 읽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제 제가 계속 소개해드릴 비문과 토기 등에 기록된 그림과 같은 글자들과 위의 표를 서로 대조해 보면, 더 재미있는 글 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글을 쓰는데 참조한 책 Naveh, Joseph. Early History of the Alphabet. Jerusalem: Magnes,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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