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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벳 자르타 (Izbet Zartah) 그리고 세라빗 엘-카뎀 (Serabit El-Khadeom)

이즈벳 자르타 (Izbet Zartah) 그리고 세라빗 엘-카뎀 (Serabit el-Khadeom)

우리 한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그런데 원래 부터 그랬을까요? 훈민정음이 처음 기록된 책을 보면, 세로로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지요. 마치 한자로 쓴 책들처럼 말입니다. 중국 한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세로 쓰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왔지요. 그럼, 한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사람들이 추측하기는 아마 세로 쓰기가 가로 쓰기로 바뀌면서부터 왼쪽부터 쓰기가 시작되었다고들 추측합니다. 1895년에 출판된 국한회어(國韓會語)라는 책이 있어요. 국문을 한자나 한문으로 풀이한 말모음집인데요. 이 책이 가로 쓰기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여진 것을 보면, 적어도 1895년에는 가로쓰기, 그리고 왼쪽에서 오른쪽 쓰기가 시작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대한제국 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외래 문자와 서양의 글자들이 속속 소개되었지요? 아시다시피 서구의 알파벳은 가로쓰기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이처럼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한글도 가로쓰기가 보편화되었고, 1945년 광복 이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모든 교과서에 한자를 없애고 모든 글을 가로 쓰기로 정했다고 하네요. 그럼, 조금 고대로 가볼까요? 이집트어는 글쓰기의 방향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던 별 상관이 없어요. 예를 들자면, 이집트 상형문자(Hieroglyphs)를 읽는 사람들은 어떤 방향이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형 문자에서 새나 사람이 나올 때, 새의 머리나 사람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글을 읽기 시작하는 방향이거든요. 그럼, 히브리인들과 히브리인들이 살던 고대 가나안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구약 성경 히브리어와 현대 히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히브리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가나안 땅에 살던 사람들도 마치 이집트 사람들 마냥 쓰는 방향이 약속처럼 정해진 것은 없었던 모양이예요. 시내산의 남서쪽에 세라빗 엘 카뎀(Serabit el-Khadem)이라는 곳에는 구리 광산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그 구리 광산에는 가나안 출신의 노동자들이 주로 일을 했었거든요. 이 광산의 노동자들 가운데에는 아마 성경의 히브리인들도 있었을 겁니다. 이 광산에는 이집트의 여신 하토르(Hathor)에게 제사를 드리는 신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글자가 쓰여진 돌조각들이 출토되었습니다. 그런데, 돌조각 위에 새겨진 글자의 모양이 참 독특했더랬습니다. 페니키아 글자를 기본으로해서 이집트의 상형문자의 영향을 받은 그들만의 특별한 글자 형태였거든요. 이집트 문화와 페니키아 문화가 만나 새롭게 고안된 이 글자의 형태를 “시나이식 표기의 원형” Proto-Sinaitic letters 라고 부릅니다. 이집트 고왕국의 때부터 신왕국에 이르기까지(기원전 19세기-15세기)의 긴 시간동안 그곳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광산들 중에서도 대단히 중요했던 그곳에서 발굴된 돌조각 중의 하나를 알란 가디너(Alan Gardiner)라는 학자가 해독했는데요. 그 위에는 “여주인에게”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즉, 이집트의 여신인 “하토르에게”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어구는 왼쪽에서 오른쪽 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한글처럼 말이지요. 즉 가나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시나이 반도 쪽으로 진출하면서 가나안 문자의 전통 위에 이집트의 문자의 형태가 채색된 시기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쓰기를 했었다는 증거가 된 셈입니다.

기원전 12세기 즈음에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는 이즈벳 자르타(Izbet Zartah) 토기는 성경의 에벤에셀(삼상 4:1)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쉐아(Shea)라는 학자는 이 다섯줄의 글이 법궤가 블레셋에서 기럇여아림으로 옮겨가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정확하게 해독하기 힘들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글자도 조악해서 아마 글씨 연습을 하던 일종의 공책이 아니었을까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간혹 지워져 있는 글자들 사이로 확실한 글자들이 보이고, 그 글자들의 표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 쓰기 되어있는 것은 분명했어요. 결국 시나이 반도에 살던 가나안 사람들 뿐 아니라, 실제로 가나안 땅에서도 왼쪽에서 오른쪽 쓰기를 하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럼, 언제부터 오른쪽에서 왼쪽 쓰기의 히브리어 쓰기 방법이 사회적인 약속으로 확정되었을까요? 11세기 후반 또는 10세기 초반에 쓰여진 샤아라임(Khirbet Qeiyafa)의 글까지도 보면, 아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기를 한 것으로보아서,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10세기 중반, 솔로몬 시대 이후부터 오른쪽에서 왼쪽 쓰기가 확정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솔로몬의 시대에 페니키아와 교류가 늘어났습니다. 잘 아는 이야기이지요. 솔로몬이 성전을 지을 때 두로의 왕 히람이 도와주는 이야기 말입니다(왕상5:1-12). 이 두로가 페니키아의 영향 아래에 있었던 도시입니다. 솔로몬의 시대에 이스라엘이 페니키아와 활발한 무역 활동을 하면서, 국제적인 상업 표준을 따르기 위해서, 마치 우리 한글이 중국식 표기 방식을 버리고, 서구의 방식을 따르듯, 페니키아의 표준을 따랐던 것이지요. 결국 고대 히브리인들과 가나안 사람들은 글쓰기의 방향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약속한 일정한 규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원전 10세기 중반부터 오른쪽에서 왼쪽 쓰기가 확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Butin, Romain F. “The Protosinaitic Inscriptions.” Harvard Theological Review 25[2] (1932): 130-203.

Shea, William H. “The ‘Izbet Sartah Ostracon.” Andrews University Seminary Studies 28[1] (1990): 59-86.

Lam, Joseph. “The Invention and Development of the Alphabet.” Pages 189-195 in Visible Language: Inventions in Writing in the Ancient Middle East and Beyond. Edited by Christopher Woods.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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