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holinesscode@me.com
삼위일체 아이콘-아브라함을 찾아간 세 천사

삼위일체 아이콘-아브라함을 찾아간 세 천사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정교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기독교인들이라할 지라도 세 명의 천사가 앉아 있는 이 성화는 한번쯤 보았을 겁니다. 이 성화는 15세기에 러시아의 화가인 안드레이 루블로프 Andrei Rublev 가 그린 것인데,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이 세명의 천사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1 여호와께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날이 뜨거울 때에 그가 장막 문에 앉아 있다가 2 눈을 들어 본즉 사람 셋이 맞은편에 서 있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곧 장막 문에서 달려나가 영접하며 몸을 땅에 굽혀 3 이르되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하건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시옵고 4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에서 쉬소서 5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당신들이 종에게 오셨음이니이다 그들이 이르되 네 말대로 그리하라.

800px-Angelsatmamre-trinity-rublev-1410

성경의 말씀을 보면, 이 세명의 천사가 곧 “여호와”라고 말합니다 (1절). 초대 교회에서는 삼위일체를 이야기 하면서 아브라함이 마므레 상수리 나무 아래에서 만났던 세 하나님이 구약 성서에 투영된 삼위일체 하나님의 모습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맞이하였던 세 하나님의 성화는 성부-성자-성령을 그림으로 표현한 (아이콘 icon) 동방교회의 대표적인 성화가 됩니다.

1054년에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나뉘어지게 되는데, 이 때에 우리가 흔히 알다시피 문제가 되었던 것중의 하나가 “아이콘”에 한 문제였습니다. 아이콘은 대부분 문맹이었던 당대 사람들의 신앙훈련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었기에 중시하였던 동방교회와 “우상숭배”라는 이름으로 금하였던 서방교회의 신학이 엇갈렸던 것인데요, 물론 지금은 서방교회(캐톨릭)에서도 거리낌 없이 아이콘을 사용합니다만, 신학적인 대립이 여전하였던 중세에는 이 성화가 서방교회에게는 대단히 불경스러운 것이었을 겁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감히(!)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로 묘사하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성화를 보면서 누구나 궁금해 하는 것은 누가 하나님이고, 예수님이고, 성령님이신가?입니다. 생김새와 모습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해 내는 것도 힘들고, 특별히 그 천사들의 앞에 누구라고 써놓은 명찰도 없어서 처음 이 성화를 보는 사람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세명의 천사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아이콘이라면 그냥 뭉뚱그리지 않고 각각의 특징이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림을 잘 보면, 다 똑같아 보여도, 입은 옷이 다르고, 옷의 색도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아이콘에서는 이런 특징이 그 존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자면, 삼위일체 하나님을 천사로 표현하면서 그 천사 아이콘의 크기가 셋다 동일하다는 것은 비록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으로 있을 지라도 그 역할이 다를 뿐 모두가 동일한 하나님이라는 것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이 성화를 보는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서, 세명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그 중에 제일 가운데에는 아무래도 “성부 하나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이 각각 예수님과 성령님일 것라고 생각하고, 누가 예수님일까? 누가 성령님일까?를 고민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의 왼쪽에 앉아있는 천사가 “성부 하나님”입니다. 왼쪽 천사 위에 그려진 건물은 아브라함의 장막이면서, 동시에 천지를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 건물의 문이 활짝 열려져 있는데요. 이것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열려져 있는,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최종의 마지막 장소인 하나님의 집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왼쪽 천사가 입은 옷을 보면, 다른 두 천사의 대비가 강한 색의 옷이 아니라, 뭔가 빛바랜듯한 무슨 색이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묘한 빛깔을 띄고 있는데, 이것 역시 하늘의 광채를 의미하는 하나님의 빛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운데와 오른쪽에 앉은 천사의 시선이 왼쪽의 천사에게로 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앉아 있는 위치는 좌측이지만, 다른 모든 천사의 시선의 집중을 받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잘 보시면, 가운데와 오른쪽 천사는 왼쪽 천사를 향하여서 약간 고개를 숙이고, 마치 주의 집중해서 듣거나, 인사하는 듯한 자세를 잡고 있는 반면에 왼쪽의 천사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성부 하나님”의 권위를 상징하는 포즈입니다.

오른쪽에 앉은 천사는 “성령 하나님”입니다. 성령 하나님을 상징하는 천사의 옷은 녹색과 파란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땅의 색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푸른 풀이 자라고 물이 풍성한 풍요로운 땅입니다. 동시에 파란색은 “하늘”을 그리고 녹색은 “땅”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하늘의 신성하고 거룩한 영(바람)을 땅에 전하여 주시는 성령 하나님을 묘사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교회에서는 성령 하나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에

“세상 어느 곳에 계시고, 모든 것을 (풍요롭게) 채우시는 분”

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이런 믿음에 근거해서 정교회의 오순절의 교회력 색은 “녹색”입니다. 그리고 오순절 정교회의 교인들은 녹색의 옷이나 숄을 걸칩니다. 손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성부 하나님은 두 손 모두가 테이블에 있지 않습니다. 한 손은 홀을 잡고 있고 한 손은 성자 예수님을 가리키는 형태입니다. 반면에 성령 하나님은 한 손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있는데요. 이것은 성부 하나님은 “하늘에”, 그리고 성령 하나님은 한 손은 “하늘에” 그리고 한 손은 “땅에” 두고있어서 하늘과 땅에서 역사하심을 상징합니다. 성령 하나님의 위에 그려져 있는 것은 (언덕-높은 곳)입니다. 이 산은 하나님과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를 상징합니다. 또한 기독교인들이 올라야할 믿음의 경지를 상징하기도하는 것이지요.

이제 가운데 앉았는 천사는 당연히 “성자 하나님”인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옷은 붉은 색과 파란색의 옷인데요. 붉은 색 (피)은 인성을 상징하고, 파란색 (하늘)은 신성을 상징합니다. 때로는 당시 황제나 고관들이 자주색 옷을 입었기 때문에 붉은 색이 범접할 수 없는 신성을 상징하고, 파란색이 인성을 상징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콘 해석의 문제인데요, 저는 전자의 것을 더 선호합니다. 어찌 되었든, 성화를 만났을 때, 붉은 색 옷을 입고 있는 아이콘을 만나시면, 예수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것은 아이콘의 불문율입니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가운데 천사의 오른쪽 어깨에는 금색의 어깨 띠가 있는데요, “그의 어깨에 정사를 매었다”라는 이사야서의 예언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금색은 왕권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머리 위쪽에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창세기의 내용에 근거해서 “마므레 상수리 나무“이며, 동시에 이 상수리 나무는 예수님이 지고 가실 십자가를 내표하고 있고, 창세기와 계시록에서 말하는 생명 나무를 동시에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손도 성령 하나님과 마찬가지로 한 손은 홀을, 다른 한 손은 테이블을 잡고 있습니다. 성령 하나님의 설명과 같은 의도인데요, 여기에서 독특한 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손의 손가락 모양입니다. 잘 보시면, 하나님은 그 오른 손이 같은 모양으로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고, 예수님의 손은 성령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셨고, 예수님께서 성령님을 이 땅에 보내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명의 천사와 더불어 이들의 머리 뒤의 아우라는 흰색입니다. 이 흰색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색깔이며, 동시에 이 흰색이 테이블 위에도 그대로 사용됩니다. 이 테이블 위의 한 가운데에는 잔이 하나있는데요. 테이블은 성례전에 사용되어지는 교회의 성례전상(제대)이고, 잔은 에수님의 피와 살을 담는 성배입니다. 즉, 예배에서 드리는 거룩한 성례전 가운데에 하나님의 영광이 깃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명의 천사의 위에 있는 각각의 “산” (높은 곳: 언덕), “나무”, “하나님의 집”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드렸는데요. 성부, 성자, 성령님의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반대로 이 아이콘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면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의 신앙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집에 이른다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을 찾아간 세 천사 E-Book

This Post Has 3 Comments
  1. 안녕하세요 목사님^^
    장천생활관에 살던 M.div2011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자주 인사드렸는데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부산 W.C.C 에 참석했다가 뵙게 된
    호남신학대학교의 최광선교수님께
    이 이콘에 대해 설명을 들은적이 있는데요
    부연설명이 좀 있어서 은혜를 나누려 합니다.

    # 가운데 테이블, 즉 성찬테이블인데요
    그 모습이 큰 잔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성부하과 성령하나님께서 무릎으
    가리셨죠)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잔에 담겨져 있는
    형태를 띄는데요
    성육신하신 예수그리스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후대의 해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그 그림전체의 구도가
    성부성자성령하나님께서 삼각구도를 하고
    계신데,
    이 그림을 볼 때 본래 테이블의
    (무릎으로 가리지 않은)형상을 보면
    4인용 테이블에 한자리가 비어있는 형태입니다.

    우리 그림을 보는 사람 측,
    즉 현재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을
    성찬테이블에 초청을 하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허접한 설명이지만 제겐 이 두 설명이
    참 은혜가 되었기에 감히 글을 남깁니다ㅎ
    늘 좋은 글에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 기억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얼굴과 서로 매칭이 되는지 헷갈리네요. ^^; 정말 좋은 부연설명 감사합니다. 이렇게 은혜로운 지식 나눔에 감사합니다. 아이콘이라는 것이 그냥 그려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랍니다. ^^;

  2.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형제살육이 벌어지고 타타르족이 러시아를 침입했던 15세기의 화가인 루블료프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며 증오와 폭력이 범접할 수 없는 세계의 꿈을 담아 그 성화를 그렸다.
    ‘삼위일체’는 그러니까 그의 간절한 염원인 셈이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세 인물이 둘러앉아 있다. 세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탁자 위에는 자신의 몸을 쪼개고 비우고 내어주시는 성례전의 상징물이 담긴 그릇이 하나 놓여 있다.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그분들의 고요한 앉음새는 세상의 어떤 풍파도 범접할 수 없는 고요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김기석 목사님의 글에서 갈무리했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Comments are clos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