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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들의 들판

목자들의 들판

목동. 무엇인가 목가적인 이미지가 있는 이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예수님 시대에 양을 치는 양치기들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양, 염소들을 치는 목자들의 대부분은 그 지방의 부호들의 양들을 돌보는 고용된 사람들이었는데, 탈무드에서도 이 “목자”라는 직업을 정직하지 못한 직업으로 보았다.

대단히 많은 양과 염소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지고 있는 양과 염소들이 몇마리인지, 그리고 그 중에서 암컷과 수컷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미처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었을 뿐 더러, 그 중에서 몇마리가 새끼를 배고 있는지도 알수 없었다. 그래서 목자들 중에서 일부는 (아마 많은 수 일 수도 있다.) 갖 태어난 새끼들을 내다 팔기도 하였다. 또 수태한 녀석들이 몇 마리인 줄을 주인이 안다손 치더라도 태어난 새끼들이 100%의 생존 확률을 가지지 않은 이상, 목자들이 양과 염소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의 수와 주인이 기대하는 수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주인들은 목자들을 계약을 하면서 그러한 부분들을 감안해서 자기가 손해 볼 수 있는 양과 염소의 수를 감안했다.

뿐만이 아니다. 양과 염소를 공격하는 늑대나 하이에나와 같은 야생의 동물들에 대해서 양치기는 최선을 다해서 자기의 양과 염소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자기의 생명에 위험이 가해졌을 때에는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몇 마리의 양과 염소들을 포기해도 주인은 그 책임을 목자들에게 묻지를 않는다. 

양치기들은 이러한 계약 상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멀쩡히 잘 태어난 양도 태어나서 곧 죽었다고 주인에게 알리고 잡아먹을 수 있었고, 잘 보호해서 한 마리도 유실하지 않았더라도 늑대의 습격을 받았노라는 거짓말로 몇 마리를 빼돌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목자들은 유대인들의 정직하지 않은 직업, 정결하지 않은 직업군에 분류를 해 놓았다.

 

 

성지 순례 가이드를 나왔다. 방학 때인지라,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유학생들을 유일한 아르바이트이다. 공부하러와서 아르바이트 삼아 성지순례 안내를 하다보면, 나를 전문 가이드 마냥 쳐다보는 몇몇 사람들에게 크게 상처 받기도 한다. 사실 경제적인 여건만 충분히 갖추어져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이 아르바이트를 하고픈 마음은 별로 없다. 여행사 사장님들의 입장에서야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섭섭해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랴! 이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런데 가이드를 하다보면 가끔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물갈이를 하느라고 차에서 내리지 못한 성지순례객의 입장료는 그야말로 그대로 부수입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지순례객의 수가 많을 때에는 25명인데, 그냥 23명이라고 말하고 계산하고 들어가도 일일이 사람의 수를 세지 않기 때문에 2명의 몫은 그대로 내 것이 된다. 사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도 예전 몇푼 되지 않은 그 입장료를 내 주머니에 넣어 보려는 마음이 있었다가 호텔의 쓰레기 통에 쳐박아 버린 제대로된 영수증을 다시 꺼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신앙적인 양심을 지킬 수 있을까 해서 예전에 유학생 시절 가이드를 하면서 반드시 하던 일이 하루의 저녁 이 끝나면 하던 일이 컴퓨터 엑셀로 수입 지출부를 만들어서 정확하게 수입 지출을 기록하고, 나를 속이지 않기 위해서 영수증 하나 하나를 꼬박꼬박 모아서 A4용지에 차곡차곡 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지순례 안내가 끝나면, 그 다음 날 곧바로 사장님들께 엑셀로 출력한 수입지출부와 잔돈을 봉투에 넣어서 함께 드렸다. 여행사 사장님의 입장에서야 어찌되었든 정확하게 계산해서 준 돈인데 남아서 돌아오면 기분이 좋은 것이고, 나도 내 신앙의 양심을 지켰으니 그것으로 뿌듯했다.

 

 

예수님의 탄생의 소식을 누가복음에서 제일 처음으로 들은 사람들은 양을 치던 양치기들이었다. 어디 양치기들이 대접받던 사람들이었던가! 어디 그들이 정직한 사람들로 취급이나 받았던 사람들이었던가! 그런데 왜 하나님의 천사들은 헤롯 궁전에서 일하던 제사장들과 예언자들을 다 제쳐두고 목자들을 선택하였던가! 아마도 예수님께서 내 인생의 참 목자로 오실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일 게다(미 5:2). 언제라도 몇마리는 포기할 수도 있고, 팔아 먹을 수도 있고, 잡아 먹을 수도 있는 그런 삯꾼 목자가 아니라(요10),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읽어버린 양(마18), 바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찾으시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약속과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내게 목자로 오셔서 나를 찾고 이끄신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감사하다.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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